스포츠 모델 라인업을 갖추고, 고객과 미디어들을 불러모아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제품에 대한 자신감뿐 아니라, 실제 품질이 받쳐줄 수 있어야 나올 수 있는 행사다. 실제로 어떤 브랜드들은 ‘이 모델은 트랙용 차량도 아니고, 서킷에서 혹사시켰을 때 제 성능을 100% 발휘할 지는 미지수’라는 이유를 대며 시도를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행사의 정식 명칭은 ‘Audi S-Model driving experience’로 아우디의 스포츠 모델인 S 라인업을 골고루 타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S4,S5,S6,S7,S8,RS5 등이 준비되어 있었고, R8 GT 스파이더는 기상여건 상 만나지 못했다.
아우디의 S라인업은 기존 모델에 비해 스포츠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모델이면서도 외모는 기존 A모델들과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양의 탈을 쓴 늑대’로 묘사되기도 한다.
행사에 대해 개인적인 느낌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면 ,’서킷에서 가장 많은 자유를 가졌던 시간이면서 반면 뭔가 배우고 얻을 수 있었던 건 적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일반인들에게 F1서킷을 마음껏 탈 수 있는 기회 흔치 않다. 더군다나, S모델 같은 고성능차들을 가지고는 더더욱 그렇다. 설사 고성능 차량의 오너라 하더라도 그렇다. 주행 이후 맞딱뜨려야 할 메인터넌스에 대한 압박은 차를 사랑할수록 심히다. 이런 심리적 압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애마를 마음껏 조질 수 있는 오너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는 매우 좋은 행사였다. 다양한 고성능 모델을 F1서킷에서 실력이 되는만큼 한계까지 몰아부치며 자유롭게 타볼 수 있었으니까.
반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런 익스피리언스 행사를 가면, 새로운 모델을 마음껏 타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드라이빙에 대해 뭔가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 행사엔 그게 매우 부족했다.
물론 그 배움이란 것이 어떤 브랜드건 진행과 내용은 비슷비슷하긴 하다. 하지만, 비슷한 내용을 배운다고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체험해나가는 과정에서 몸으로 습득되는 장점이 있다.
독일 본사에서 날라온 인스트럭터도 이런 식의 행사라면, 많을 필요 없이 각 코스별로 딱 3명이면 충분하지 않았는가 싶다.물론 서킷 주행중 순서대로 페이스카 뒤로 붙어서 눈에 띄는 주행을 할 때마다 무전을 통해 코치를 받긴 했지만, 아무래도 부족한 감이 있다.
분명 남도 지방의 예상치 못한 폭설도 이번 프로그램에 한 몫을 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심지어 가장 짜릿해야할 인스트럭터의 택시 드라이빙도 가장 심심한 순서였으니까.
눈내리고 살짝 얼어있는 노면 덕분에 다양한 코너를 공략할 때마다 스키드음 같은 예고 없이 차의 한계를 갑자기 맞딱뜨리는 경우가 많았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ESP의 개입이나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살짝 카운터를 쳤을 때, 어설픈 카운터를 쳤을 때 등등 차량의 거동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 반복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다.
인상적인 점 몇 가지.
토크벡터링 기술의 영향 덕분인지 정확히 모르겠으나, 새로운 콰트로 모델들은 코너를 돌아나갈 때마다 마치 후륜구동처럼 오버스티어의 경향을 띄면서 안쪽으로 말아들어가는 느낌이 너무도 좋다는 것. 과거의 모델들과는 거동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슬립 등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차를 믿고 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고 있으면 그쪽으로 가긴 간다는 것. 아무래도 이런 트랙 컨디션에서 콰트로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을텐데, 비교군/대조군이 있었더라면 참가자들의 반응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그밖에 S8의 세라믹 브레이크의 성능도, 시각적으로는 RS5의 강렬한 레드색상과 배기음, S7의 시트와, S8의 카본과 고급가죽이 적절히 매치된 인테리어한 ‘스포티 럭셔리’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었다. RS5와 R8GT는 폭설을 뚫고 영암까지 가게한 원동력이었는데, 타보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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