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솔직담백시승기

[시승기] 허머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은

오토앤모터 2009. 6. 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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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머 H3 하와이 현지 시승기

마우이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3박4일동안 즐긴 허머H3




허머 형제 중 가장 미니 사이즈의, 괴력 역시 약해질대로 약해진 H3를 만났을 때 첫 느낌은 '그래도 이게 허머야'였다. 그 딱 부러지는 남성적인 외관은 영화 속 마초SUV 이미지 그대로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고 난 후 얼마 안되어 느낀 두가지 감정은 정확히 두가지로 정리되었다.
"와! 정말 조용한걸!"
"이거 생각외로 힘이 별론데.."

알고보니 필자가 탄 H3는 3.7리터 가솔린 모델로 최고 242마력, 최대 34.1kg토크를 가진 모델이었다. 허머라면 -혹은 마초SUV라면 혹은 오프로드용 SUV라면-응당 디젤 모델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산산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렇다. 여긴 디젤은 큰 대접받지 못하는 미국이었으니까.


외장
허머의 외관을 보고 있자면, 직선만으로도 자동차는 훌륭하게 디자인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허머H3는 미국 내에서는 그다지 큰 차는 아니다. 특히 마우이섬에서는 몬스터트럭급의 차들을 보면서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한국 국내에서는 일반밴보다 크고 높고 넓다. 제원상 크기는 전폭1897*전장4742*전고1872.


측면의 발판은 폼이 아니다. 높이도 상당한 관계로 차량 측면의 발판을 딛고 타는 것이 올라타는 느낌도 줄뿐더러, 그렇게 타는 것이 편하다.일반 승용차는 한참 아래로 내려다 보는 맛이 있다. 도로 위에 군림하는 기분이랄까. 주변에 중압감 혹은 부담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혹여 차선을 넘어가지 않을까, 주차후 문은 열고 내릴 수 있을까 전전긍긍해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2% 부족한 실내. 허머만의 기본기에 충실했다.
생각 외로 허머H3의 실내는 볼품없다. 어쩌면 너무 많은 기대를 했었는지 모른다.
고급스러운 감각,기름기는 말그대로 쫙 뺐다. 투박함과 2% 부족함도 느껴진다.  전방과 측면의 창문의 크기도 작아 운전시 불편하다. 특히 코너링 시 측면창과 전면창 사이의 기둥(A필러) 때문에 만들어 지는 사각지대가 매우 커서 위험해 보인다.



뒷좌석 또한 생각보다 많은 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외려 허머의 큰 외관에 놀라고 실내를 보고나면 '에게게'하고 실망할 수 있다. 허머H3 시승 이후 바로 도요타 캠리를 시승하였는데, 외려 캠리가 넓고 쾌적하게 느껴진다. 적어도 뒷좌석만큼은 말이다.
옵션은 기본적인 것은 모두 갖췄다. 기본에 충실하게 (특히 오프로딩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  4x4매니지먼트시스템,타이어공기압체크시스템 등) 하지만 낭비한 부분은 없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가 신경쓰지 못한 것이 아쉽다. 풋레스트 공간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던가, 용도를 알 수 없는 길고 넓적한 협소한 구멍을 수납공간이라고 마련했다는 점은 대표적으로 '부족한 2%'라고 확신할 수 있다.
시트 또한 조금 불편하다.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다. 좌우핸들링시, 차체가 높아 롤링도 심한데다 시트도 몸을 잡아주지 않으니 자세가 불안정하다. 물론 오래 타면 쉬이 피로해진다.



실망스런 온로드 성능.. 오프로드 테스트를 못한 것이 아쉽다.
첫 느낌을 이야기 했듯, 강인한 외관과는 달리 온로드에서의 성능은 인상깊지 못하다.냉정하게 말하자면 별로다. 별로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허머H3로 진정한 오프로딩을 경험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겠다.
제원상 242마력이라는 것도 34.1kg.m의 토크도 체감할 수 없다. 어쩌면 2.1톤이 넘는 무게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강한 허머'에 대한 기대는 산산히 부서졌다.



사실 마우이의 남부해안에 위치한 8km에 이르는 비포장길에서 오프로드를 테스트할 예정이었지만(허머H3와 첫대면이후로 가장 가슴 두근거린 순간이었다.), 그마저도 당일 '다리가 공사중.폐쇄'이라는 이유로 경찰에 통제당해 포기해야만 했다.


어쨌든 온로드에서는 답답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느릿느릿하고 굼뜨다. 엑셀을 깊게 밟아도 소리만 요란해질 뿐 튀어나갈 줄 모른다. 이쯤이면 허머H3의 힘을 너무 봉인했다는 생각도 든다. 역시 미국도 유가가 문제였다.
H2 혹은 H1 모델이었다면 어땠을까 호기심과 함께, 다음엔 꼭 H2모델을 테스트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핸들링 시에도 한박자 늦게 응답하는 기분이다. 높은 무게중심으로 자세가 불안정하고 쉽게 균형을 잃기 때문에 코너를 돌 때는 상당히 속도를 낮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쉽게 스키드음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  마우이 섬에는 '하나로 가는길'이라는 대자연 속에 끊임없이 굽이치는 도로가 있다. 정말 아름다운 도로인데 제한속도는 보통 15-20마일로 이 코스를 뛰고나면 코너링실력이 부쩍 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허머 H3를 마지막으로 타는날 개인적으로 비행기 시간이 늦어 이 코스를 본의아니게 최대한 빨리 주파해야 했다. 그리고 운전하면서 차멀미를 하는  생애 최초의 경험도 해보게 되었다. 코너코너마다 허머H3의 그 뒤뚱거림이란....

그래도 차도와 인도의 경계석쯤은 지렁이 밟듯 우습게 넘어버리는 허머H3를 보면서 그 묘한 매력 때문
 Wish list에서 쉽게 지워버릴 수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2% 부족한 버튼의 마감. 큰차체에도 왜소해보이는 와이퍼.



오직 허머만이 줄 수 있는 만족감.. 정체가 뭘까?

개인적으로 레인지로버,아우디 Q7,BMW X5,렉서스 RX,포르쉐 카이엔까지 다수의 SUV를 모두 경험해봤다. 그들과 굳이 비교를 하라고 한다면 다른 성격의 '별종'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것은 허머H3를 빼놓고 싶다가 아니라, 그들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허머만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허머가 다른 럭셔리SUV모델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다른 SUV모델들이 만족시킬 수 없는 감성이 허머에겐 있다.  다시 말해,
단순히 놓고 보자면 그저 못난 미운오리 새끼 혹은 먹튀 같지만, 허머만이 만족시킬 수 있는 그 오묘함 때문에 허머에 끌리는지 모르겠다.

추가로, 이 글에선 언급되지 않은 H3에 대한 메모를 공개하며 끝내자.

- “가장 마초적인 SUV”라는 이미지카
- 오프로드를 즐기는 사람에게 적합. 도시.장거리형과는 거리 멀어. 데일리카로도 매우 불편할 것.
- 타겟: 세컨카로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면서 강인한 이미지 또한 즐기고 싶은 남성
- 저렴한 가솔린 가격으로 미국에선 쉽게 선택하지만, 한국에선 글쎄…   <수입차 전문 블로그 - 오토앤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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