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의 형제, 마세라티 이야기

얼마 전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서 중고 스포츠카가 12억 원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세계의 네티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낯익은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생소한 느낌을 주는 이 슈퍼카의 사진은 국내 네티즌 사이에서도 호기심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했죠.

이베이에 올라온 MC12

이베이에 올라온 MC12

사진 속의 슈퍼카의 정체에 대한 단서는 삼지창 모양의 로고였습니다. 슈퍼카 혹은 스포츠카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빨간색 페라리를 떠올리겠지만, 카홀릭의 카매니아라면 페라리와 함께 마세라티를 빼놓지 않습니다. 삼지창 로고로 유명한 마세라티는 페라리와 함께 명실공히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마세라티의 삼지창 로고

실제로 페라리와 마세라티와의 관계는 형제와도 같다. 사진 속의 MC12는 2004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이는 페라리/마세라티 그룹에서 마세라티의 FIA GT 선수권 레이싱 대회를 위하여 25대 한정으로 생산한 모델입니다. 최대 출력 630마력에 최고속도330km/h, 100km/h도달시간 3.8초에 지나지 않은 이 괴물은 슈퍼카의 대명사 ‘엔초 페라리’를 베이스로 동일한 12기통 디노 엔진에 기어박스 및 차체 섀시 등 많은 부품들을 공유하였다고 합니다..

마세라티가 페라리와 형제 관계가 된 것은 마세라티의 지난 역사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러 유럽산 자동차 메이커가 그러하듯, 마세라티 역시 경주용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열정이 시발점이었습니다. 6명의 마세라티 가문의 형제들에 의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처음 설립된 마세라티는 각종 레이싱 대회에 출전하여 그 명성을 떨치게 되는데요. 1929년에 이미 ‘V4’모델로 시속246km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의 속도기록을 세우기도 한 마세라티는 1957년 자동차 경주 불참 선언을 하기까지 23개의 챔피언십, 32개의 F1 그랑프리 대회에서 500여 차례나 우승을 차지하는 등 기염을 토합니다.

1937년 오르시 가문으로 넘어간 마세라티는 1958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반도로용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는데, 이후 시트로엥, 피아트 등을 거쳐서 1997년 피아트의 계열사인 페라리에 소유권이 넘어갑니다. 이 때부터 마세라티는 이탈리아 모데나 공장에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종전의 각진 디자인에서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으로 바꾸는 등 본격적인 재기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당시 페라리의 회장 ‘몬테제를로’에 의해 페라리의 기술과 노하우가 접목되면서 마세라티는 페라리와 겹치지 않는 럭셔리 고성능 쿠페, 세단 시장으로 본격적인 진출을 선언하게 되는 것이죠.

이탈리아 스포츠카의 상징인 마세라티의 전세계 판매 대수는 현재 7000여대에 지나지 않는다. 포르쉐의 경우 10만대를 약간 못 미치는 실정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망스러운 수치라고 생각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생산대수를 한정하고 주문에 따라 수작업으로 맞춤 생산하는데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브랜드의 특성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죽과 바느질 등의 세세한 부분까지 고객이 선택 주문할 수 있어 하나의 모델에 대해 최대 400만 가지의 다른 조합이 가능하네요.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현재 마세라티에는 콰트로포르테와 그란투리스모 2가지 모델이 라인업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로 ‘4도어’인 콰트로포르테의 경우 이름처럼 4도어의 스포츠 세단으로 V8 4.2엔진에 최고속도 275km,최대출력 400마력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합니다. 2007년에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유압으로 작동하는 6단 ZF기어박스를 장착한 ‘콰트로포르테 오토매틱’을 선보였습니다. 최고의 디자인상, 베스트 리무진 등 북미와 유럽에서 26개의 수상을 거치기도 한 콰트로포르테는 이탈리아 대통령의 전용차량으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얻으며, 우아함과 강렬함을 동시에 갖춘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인정받았습니다. 4도어 세단의 정숙하면서 차분한 승차감 속에 숨겨진 스포티함과 야성을 고루 느끼고 싶은 당신이라면, 마세라티는 정말 딱 맞는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하네요.